새하얀 벚꽃이 눈송이처럼 흩날리던 어느 사월의 마지막 날
나는 그녀를 처음 보았다. 창백하리만치 새하얀 피부와는 전혀 걸맞지 않은 유독 새빨간 마치 핏빛 물감이 듬성듬성 들어 있는 것만 같은 선홍색 입술을 가진 묘한 매력을 풍기는 그녀를...!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가지런하고 새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엷은 미소를 머금고 있던, 그녀의 창백한 얼굴은 아름답지만 왠지 모르게 기묘한 분위기 마저 자아내고 있었다.
또한 그녀의 앙상하게 마를 대로 마르고 가녀린 팔다리가 나로 하여금 안쓰러운 마음마저 들게 만들었다.
바람에 이리저리 흩날리며 마치 춤을 추고 있는 벚꽃들을 놓칠 세라, 그녀는 뼈만 남아 앙상하고 가녀린 두 팔을 쭈욱 뻗어 허공에서 손바닥을 휘휘 내저으며 아이처럼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즐거워하는 것도 잠시...!
하늘에서 살랑살랑 흩날리고 있는 꽃송이를 초점이 전혀 없는 공허한 두 눈으로 응시하던 그녀가 갑자기 다급하게 중얼거렸다.
"안 돼, 얘야! 그리로 가면....나랑 같이 가자, 이리로 오렴!"
주로 공포영화를 보거나 쓰는 걸 좋아한다.
어려서부터 이세계에 속하지 않은 영들을 보면서 자랐다.
우리가 사는 세계에는 분명히 다른 세계의 것들이 버젓이 존재하며 섞여 있다.
이 이야기는 내가 어렸을 적 직접 겪었던 경험담을 각색한 소설이다.